이문열과 김용옥, 최근 한국 사회에 뜨거운 논쟁의 회오리를 몰고 온 유명한 지식인들이다. 이들은 한국 사회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으며 한국 사회의 심층 구조를 밝혀줄 수 있는 귀중한 텍스트이다. '인물비평의 귀재'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이 책에서 그들과 관련하여 '문화특권주의'와 '지식폭력'이라고 하는 개념을 제시하고자 한다.
강준만
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조지아대 신문방송학과 졸업(석사). 미국 위스콘신대 신문방송학과 졸업(박사). 현재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저서로는 <김대중 죽이기> <노무현과 국민사기극> <대중문화의 겉과 속> <사람은 왜 분노를 잃었을까>외 다수가 있다.
[1] 제2부 김용옥
1. 김용옥은 지식폭력의 희생자였다 : "KS"와 "하버드"의 정치학
2. 극단적 옹호와 극단적 비판 : 김용옥을 둘러싼 다차원적 갈등구도
3. 지식인상을 둘러싼 문화충돌인가? : 서지문의 김용옥 비판에 대해
4. 철학의 광신적 대중화인가? : 김진석의 김용옥 비판에 대해
5. 철학이 엔터테인먼트가 되면 안되나? : 지식폭력에 대한 김용옥의 화려한 복수
6. 김용옥을 둘러싼 거품에 대해 : 김용옥의 오만을 경계한다
7. 철학자와 엔터테이너 : 김용옥 비판에 대해 반론에 답한다
[2] 제3부 이론적 논의
1. 문화권력과 문화특권주의 : 책임지지 않는 권력은 위험하다
2. 지배 이데올로기로서의 지식폭력 : 삶과 앎을 분리시키는 국민사기극
3. 좌파. 진보적 지식인들의 지식폭력 : 이데올로기를 방패로 삼는 이문열
4. 왜 지식폭력으로부터의 탈출이 어려운가? : 이문열 지지자들의 심리구조
-맺는 말 : 지식폭력의 종언을 위해
'봉건적. 보수적 세계관에 봉사하면 안 된다'
김용옥이 대중의 교양 향상 차원을 넘어 '우리 민족의 가치관과 나아갈 길'까지 역설하거나 대중이 그러한 역설에 귀 기울인다면 그건 대단히 위험하다. 그런 위험성은 이현우가 잘 지적한 바와 같이 그의 위험한 친일파관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 철학자 김상봉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전통사상에 대한 논의에서 한 가지 경계해야 할 점은 우리 것에 대한 담론 속에 감춰진 국수주의나 파시즘의 흔적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동양에 대한 관심이 봉건적, 보수적 세계관에 봉사하는 게 돼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김용옥의 경우 이미 봉건적. 보수적 세계관에 봉사하는 경향이 없지 않으니 바로 그게 문제란 말이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김용옥은 박정희를 무덤에서 꺼내 부활시키려고 하는 일단의 젊은 극우 지식인들의 후원자 노릇을 한 바 있다.
그런 젊은 극우 지식인 가운데엔 <조선일보>의 기자 이한우도 포함돼있는데, 이한우의 김용옥에 대한 태도 돌변은 한 편의 코미디를 방불케한다. 이한우는 <조선일보>기자가 되기 전, <월간 중앙> 1991년 6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김용옥 씨가 곡학아세를 한다며 혹독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한우는 어떤 이유에서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조선일보>기자가 된 이후 극우화의 길을 걸었으며 곧 확실한 극우주의자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엇다. 그래서였을까? 그의 김용옥에 대한 태도는 180도 변했다. 이제 이한우는 김용옥이 아낀다는 '제자와 후학'그룹에 끼어 '박정희 부활'을 위해 애쓰고 있다. 이게 과연 우연일까? 나는 이건 앞으로 더 탐구해야 할 숙제로 남겨두고자 한다.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극과 극은 통한다는 점을 말해두고 싶다. 이한우의 태도 돌변이 그걸 잘 말해준다. 김용옥을 극렬하게 매도하는 사람들이나 극렬하게 예찬하는 사람들은 양쪽 다 위험할 수 있다. 왜 인정할건 인정해주면서 비판할 건 비판하는 그런 성숙된 자세를 갖지 못하는 건지 이만저만 안타까운 게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