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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도서] 시간을 베다 (양장본) [절판] : ILU / 2005 |
|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이고 시간을 멈춰 세울 수 있는 유일한 행위는 사진뿐이다.
여기 사진가 67인이 베어낸 시간들이 있다.
시간을 벨 수 있는 것은 사진뿐이다.
베어진 시간은 한 장의 사진으로 드러난다.
베어진 시간은 우리의 상처이고, 그 상처는 다시 사진으로 아문다.
사진으로 아문 상처는 다시 또 누군가를 벤다.
베이는 자, 모두 상처 있는 자이다.
사진기를 든 그대 상처 받은 자이고, 사진기를 든 그대 치유하는 자이다. |
 - 프롤로그 / 문진우
[1] 창 혹은 거울
1. 수변공원 / 김민호
2. 수고했어 여름 / 조미란
3. 그 나지막한 담장 너머 / 손호열
4. 섭씨 37도 / 최윤선
5. 철산동 / 이광철
6. 바람 흔적 / 정지은
7. 시간 / 김기양
8. 세월 / 윤종현
9. 여름날 / 최호영
10. 홍콩 / 김현호
[2] 네모난 세상
1. L.A 일기 / 김재만
2. 삶 그리고 사진 / 김대철
3. 남과 여 / 윤인보
4. 껍질까지 않은 팥죽 이야기 / 최호영
5. 숨 / 이경희
6. 진정 프로이기에 / 정금희
7. 붕붕 / 김소정
8. 생일 / 손인호
9. 엄마의 밥 / 김소정
10. 미래의 남자 / 이영
11. 한 여름 속의 / 최진숙
12. 그 집 / 이경희
13. 길 / 이현정
14. 도시사냥 / 이윤영
15. 스마일 장인 할아버지 / 강미영
16. 길 / 최윤석
17. 사격장에서 / 박중석
18. 6월이 오면 / 채광희
19. 대박의 굼 / 김석환
20. 목포의 노래 / 김학성
21. 기찻길 옆 할매 / 정은숙
22. 생환 / 윤인보
23. 어머니 / 화덕현
24. 축제 / 이경태
25. 꽃상여 / 김숙현
[3] 삶이라는 이름의 꽃
1. 떠나보기 / 반치욱
2. 친구 / 김금순
3. 인생도 그렇게 맛있게 / 김진경
4. 퇴근길에 / 박 다니엘
5. 목호항 가는 길 / 김은국
6. 터미널 / 우성훈
7. 배식 / 정일호
8. 방회의 꿈 / 정한동
9. 30년 세월 / 전인식
10. 'Bessa-R과 함께한 일상을 담는 사진관' / 김주원
11. 온천동, 낯선 그리움 / 김세현
12. 달콤한 인생 / 이윤환
13. 꿈 / 이동훈
14. 명동 / 박재우
15. 매듭 / 김최영
16. 남대문 칼국수 골목에서 / 한상우
17. 광안리 일기 / 황현일
[4] 길떠나는 자의 노래
1. 몽골의 초원에서 / 전용문
2. 너의 이름은 묻지 않겠다 / 안장호
3. in CEBU / 박경희
4. 청풍호 / 이기영
5. 지구 어느 모퉁이로부터의 편지 / 이세연
6. 바닷가 풍경 / 장대균
7. 애벌리고 / 한규택
8. Time / 박용주
9. 흔들리는 풍경 / 박성순
10. 부재 / 김현미
11. 고개를 넘으며 / 이상영
12. 변치않는 한번 / 박태만
13. 고흐의 하늘빛을 닮은 하늘 아래 / 김숙현
14. 뉴욕일기 / 이동호
15. 인연의 무게 / 윤종현
16. 어떤 9시간 / 김민호
17. 관광객 / 김종엽
18. 5월의 강화 / 조순형
19. 금강 , 하나되다 / 양근모
- 에필로그 / 김홍희 |
 그 나지막한 담장 너머 (16 P)
한참을 오르다 턱까지 차오른 숨을 고르기 위해 계단 끝자락에 잠시 걸터앉았다. 좁고 긴 골목은 정상을 향한 길처럼 아득하고 힘겹다.
멀리 봉래산 허리를 휘감고 불어오는 달콤한 바닷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준다. 해는 벌써 서산을 넘은지 오래고 땅거미가 내리면서 하나 둘 세상은 불을 밝힌다.
불빛은 따뜻하다. 한여름, 땀으로 옷이 척척 감길 때에도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 불빛 아래에만 서면 더운 줄 몰랐다. 한겨울, 칼바람에 살이 저미는 추위에도 여기 가로등 아래에서 마음을 쬐면 이내 따뜻해졌다.
덥거나 춥거나 기를 쓰며 이곳에 오르는 것은 나지막한 담장 너머로 등을 기대고 사는 풍경, 사람 내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집과 집이, 골목과 골목이, 사람과 사람이 남루하나 궁색하지 않게 만들어 가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 풍경은 유년의 내 일기와 닮아 있어 이곳에만 오면 집으로 가는 길처럼 편안하다.
커다란 집들은 골목을 만들지 못한다. 좁고 긴 골목은 모두가 고만고만한 집들이 모였을 때 절로 만들어 진다. 수로처럼 골목은 집과 집 사이를 흐르고 사람 사이를 흐른다.
지붕이 길보다 낮고 지붕과 지붕이 이마를 맞대고 있으나 궁색하지 않은 가난, 닮은 것들이 빚어내는 일상의 진실함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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