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이야기는 바로 제주 사람들의 역사와 생활과 생각을 담아 놓은 큰 그릇입니다. 날개 달린 장수 이야기, 자연환경과 구체적인 생활에 얽힌 이야기 속에는 그 이야기를 즐겼던 사람들의 깊은 속마음이 녹아 있습니다.
현길언
소설가 현길언 선생님은 1940년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대학과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양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1980년 "현대문학"에 소설을 발표하면서부터 작품활동을 활발히 해오신 선생님이 지은 책으로는 '용마의 꿈' '우리들의 스승님' '우리 시대의 열전' '우리들의 조부님' 등 많은 소설집이 있습니다. 녹원문학상, 현대문학상을 받았으며 현재 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계십니다.
[1] 제1부
1. 이 세상과 소별왕
2. 한라산 신이 된 소국성
3. 사만 년 동안 산 사람
4. 농사를 맡은 신 자청비
5. 고종달
[2] 제2부
1. 인색한 좌수
2. 군산에 얽힌 이야기
3. 장사 구운문
4. 대정 고을 장사들
5. 가령 양장의
6. 논하니
7. 섶섬과 뱀
8. 진나라 서 벌과 정방 폭포
9. 천제연과 효자
10. 팔룡당과 팔사당
11. 장수 무덤
12. 해적을 무찌른 장사 한씨
13. 김령 뱀을 죽여 없앤 서 련
14. 날개 돋은 아기의 죽음
15. 김통정 장군
16. 배 큰 정 서방
[3] 제3부
1. 호랑이 잡은 열부
2. 앉은뱅이와 황금
3. 은혜 갚은 노루
4. 의리 있는 개의 무덤
5. 돼지로 태어난 어머니
6. 가짜 신랑 이야기
- 해설 제주도 이야기와 제주 사람들/현길언
사만 년 동안 산 사람
아주 오랜 옛날이었다. 어느 시골에 가난한 부부가 살고 있었다. 아무리 부지런히 일을 해도 하루 세 끼 밥을 먹기가 힘든 처지였다.
어느 날 집에 양식이 떨어져서 남편이 걱정을 하니까 "예, 이것이라도 팔아다가 쌀을 사오십시오." 하며 아내가 자기의 긴 머리를 잘라서 남편에게 내미는 것이었다.
남편은 아내의 머리까지 팔아서 살아야 하는 자기 신세가 한심하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남편은 아내가 잘라 준 머리를 들고 장으로 떠났다. 가면서 문득 '이걸 팔아서 쌀을 사와 봤자 그 쌀은 곧 떨어져 버릴 것이고 그 다음에는 팔 것도 없을 테고...' 이렇게 생각하다가 머리를 판 돈으로 총을 한 자루 사왔다. 그 총으로 사냥을 하고 그 사냥한 것을 팔아서 쌀을 사면 되겠다고 생각해서였다.
쌀을 사오기만 바라던 아내는 총을 사들고 들어온 남편을 보고 짜증을 부렸으나,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서는 마음이 놓였다.
남편은 그 총을 들고 매일매일 사냥을 나갔다. 꿩도 잡고 노루도 잡고 사슴도 잡아다가 파니, 그럭저럭 생활을 꾸려 나갈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