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를 호령했던 한무제와 시대를 앞서갔던 동방삭의 지혜로운 삶의 처세와 통치술.
사마천의 <사기>가 중국의 역사를 생생히 그려냈다면 <지성 동방삭>은 웅장한 역사 속에 생동하는 인물들을 되살려내었다. 작가 용음의 기발하고도 놀라운 상상력은 '문협'이라는 새로운 소설을 통해 시공을 뛰어넘는 삶의 지혜를 보여준다.
용음
순수하고 느긋한 성격의 소유자로서 현재 북경에 거주하고 있다. 일찍이 문화대혁명이 일어나자, 지방으로 내려가 노동자, 농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석탄 캐는 일에서부터 온갖 고생을 겪으며 파란 많은 세월을 보냈다. 대학시험이 부활하면서 대학에 입학, 한림원 등에서 수학한 후 학위를 취득하였다. 그 후에는 정계와 상업계를 시작으로 문학 시부(詩賦) 편찬, 영화산업, 오락산업 등 여러 분야에서 두루 경험을 쌓았다.
그를 아는 친구나 지인들은 그를 '소호강호'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세상 흐름에 역류할 수는 없다 해도 문인들이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당당한 사람이 되는 것이야말로 바로 그의 바람이며, 또한 '문협'과 '무협'에 대한 그의 가치관 차이라 할 수 있다. 작가 용음은 고전문학석사로서 현재 사업체를 경영하며 연구소의 책임자로 있다.
동방삭이 길가로 걸어가 길가에서 돼지고기를 파는 가게의 피묻은 칼 씻는 물 한 대야을 들고 왔다. 그는 다시 한 번 그 돼지머리 여자를 잡아당겼다.
"감히 남편을 소박 놓으며 이혼을 요구하다니 정말 여자호걸 중에 호걸이로세. 우리 모두 존경스러울 뿐이오. 앞으로 역사에 길이 남으리다. 하지만, 지금 당신이 이렇게 소란을 피우는 것은 그 길이 남을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게 아니고 무엇이겠소?"
"당신이 뭐라든 난 내 남편과 함께 갈 것이오."
그 부인은 막무가내였다.
"이리 좀 와 보시오, 이 물 좀 보시오."
"이것은 돼지 잡고 난 후 칼 씻는 물이니, 하루종일 본다우."
"잘 보셨소?"
동방삭은 이 물을 모두 말머리 앞의 땅바닥에 끼얹으며 말했다.
"이 뿌려진 물을 다시 주워 담는다면 내가 주매신을 설득해 당신을 다시 아내로 받아들이라고 하리다."
눈을 동그랗게 치켜뜬 돼지머리 여자가 잠시 멍한 듯 서 있다가 얼른 자리에 앉아 손으로 그 물을 다시 담아보려고 하였으나, 이게 가당키나 한 말이던가?
동방삭이 말 위에 올라타며 물었다.
"다 주워 담으셨는가? 누굴 원망하겠는가? 그럼 당신 부부는 다음 세상에서나 다시 만나도록 하시게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