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사회를 본다 사람이 보인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것을 수정, 보완하여 복간한 책.
김찬호
1962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일본 오사카 대학의 객원 연구원으로 재직하였다.
저서로 <여백의 질서> <일본 대중 문화론>이 있으며, 번역서로 <작은 인간> <이런 마을에서 살고 싶다>등이 있다.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문화사회학.남성학 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서울 YMCA' '녹색소비자연대' 등의 사회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서문
[1] 제1부 세상 보는 눈을 다시 보자
1. 제1장 흔들리는 터전
2. 제2장 앎과 삶의 가로지르기
3. 제3장 과학이라는 언어에 대하여
4. 제4장 숫자를 바로 읽으려면
[2] 제2부 사람과 사람 사이
1. 제1장 정상? 비정상?
2. 제2장 체면이라는 가면
3. 제3장 사랑은 무엇으로 이어지는가
[3] 제3부 유연하게 소통하는 언어로
1. 제1장 피라미드에서 네트워크로
2. 제2장 지구촌에서 말걸기
3. 제3장 무엇을 위한 축제인가
[4] 제4부 삶이 깃드는 자리는
1. 제1장 생명의 질서를 향하여
2. 제2장 몸의 소리를 듣자
3. 제3장 걷고 싶은 거리, 머물고 싶은 도시
4. 제4장 사회가 곧 교실이다
피라미드에서 네트워크로
관료제가 낳는 폐해들
관료제는 현대 조직의 중요한 속성이다. 관료제란 무엇인가? 사회학에서는 일반적으로 관료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공식 집단으로서 엄격한 위계 서열 속에 업무를 분화한 피라미드형 대규모 집단.' 막스 베버에 따르면 근대 관료제는 정밀한 전문성에 입각해 있고 매우 객관적이고 비인간적인 impersonal 원리에 의해 운영된다. 그래서 개인의 사적인 감정을 개입시킨다거나 자의적이거나 특수한(즉 보편적이지 않은)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직무의 내용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권력을 마음대로 행사할 수 없다. 그러한 조직은 일상화된 업무를 처리하는 데 가장 효율적이다. 기계와 같은 정밀성, 속도. 정확성, 문서에 대한 지식, 지속성, 판별력, 통합성, 엄격한 복종, 알력의 감소, 물질적.인간적 비용의 절감 등의 효과 때문이다.
말하자면 관료제에서는 자기 완결적인 조직 원리가 매우 잘 작동된다. 개인이나 부서는 자기에게 할당된 업무만을 수행하면 된다. 그리고 그것을 전체적으로 엮어주는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간다면 매우 효율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그렇듯 합리적으로 보이는 시스템에 종종 허점이 드러난다. 원칙에 따라 할당된 부분에만 충실한 나머지 전체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조각 바깥에 있는 대상이나 사람에 대해서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