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주 권필은 수천 수만을 헤아리는 우리 한시인 중에 마땅히 첫 곤에 곱힐 우뚝한 존재다. 그는 우리 한시사에서 가장 서정적이고 단단하며 서슬 푸른 시를 남겼다. 당후대 시화에서 한결같이 인정한 문학성과 예술 성취는 달리 예를 찾기가 힘들다. 구절마다 다져진 용사의 해박한 전거에서 바탕공부의 묵직함이 배어난다. 사물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가난 속에서도 해학을 잃지 않는 인간미, 불의를 결코 좌시하지 않는 형형한 선비정신과 세상을 향한 원망 대신 시선을 내부로 돌려 자신과 맞대면 하는 치열한 정신세계는 참으로 읽는 이를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다양한 시체(時體) 속에 펼쳐지는 다채로운 형상화는 한시의 아름다움을 깊이 음미하고픈 독자의 갈증을 넉넉히 충족시켜 줄 것이다. - 머리말 중에서
권필 호는 석주, 자는 여장 본관은 안동이다. 선조 때 시인 목릉성세를 일컬은 당대 문단에서 이안눌과 함께 이재로 병친되었다. 호방하고 얽매이지 않는 성품으로 당시풍의 낭만적 서정과 당대 현실을 풍자한 사회성 높은 시를 많이 남겼다. 두시를 배웠고, 특히 고시 장편에 능해 100년 이래 볼 수 없던 바라는 평가를 들었다. 백의로 제술관에 뽑혀 시명을 크게 떨쳤다. 광해군의 어지러운 정치는 풍자한 시로 왕의 노여움을 사서 혹독한 고문끝에 귀양길에 올랐다가 동대문 밖에서 죽었다. 문집에 「석주집」이 있고, 「주생전」, 「위경천전」과 같은 소설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