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타주립대학 언론학 석사. 이름난 국제홍보회사의 잘나가던 서른 다섯살 처녀 차장이 어느 날 사표를 제출하고 세계로 떠났다. 그러나 결코 어느 날 갑자기가 아닌, 충동적인 일상의 탈피가 아닌 치밀하게 계획된 일생의 한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어린 시절 기자였던 아버지와 저녁마다 세계지도를 펴놓고 지명찾기 놀이를 하면서 싹튼 세계일주의 꿈을 이루기 위해 모든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보름간 우리나라를 본 것을 시작하여 유학시절 틈틈이 유럽 10개국과 일본을 배낭여행했고 중요한 준비로 영어 일어 스페인어를 마스트하고 마지막으로 3년 간의 착실한 직장생활로 경비가 모이자 지체없이 드디어 출발한 것이다.
더욱이 특이한 것은 비행기로 유명한 관광지를 그저 보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땅이 붙어있는 한 육로로 다닌다'는 나름대로의 원칙 아래 2,100여일을 걸어 걸어서 다녔다는 것이고 또한 '세계의 오지 마을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무엇에 즐거워하고 행복해 할까?' 라는 호기심과 기대로 우리네 고향 같은 작은 마을 찾아 그 곳에 머물며 그들 집에서 그들처럼 먹고 함께 자면서 세계를 몸으로 느꼈다는 것이다.
세계 각지 구석구석을 일일이 발로 걸어 외지인의 발길이 닿지 않는 오지를 찾아가 그곳 사람들과 똑같이 먹고 자며 삶의 애환과 고락을 함께 나누며 몸으로 터득한 세계 각지에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이웃들의 사랑과 꿈, 웃음과 눈물, 사색과 활력이 전 페이지에 가득하다.
이제는 '세계 배낭여행의 사부'라 불리게 된 이 인간주의자 한비야는 그렇게 세계 각지에서 원주민들과 마음을 열어놓고 정을 나누며 오지 마을 식구가 되었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인생을 경험하고, 그들의 진실에 감동하며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면서 그들의 딸이 되고, 형제가 되고, 이모가 되었으며 때로는 보호자가, 때로는 후원자가 되기도 했다.
때문에 어떤 소설이나 에세이도 따르지 못하는 생동감과 누구도 상상하기 힘든 용기와 가슴 뭉클한 인간애, 쾌활한 유머로 가득한 이 여행가의 세계는 경이에 가까운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갈 것이다.
이 책은 그 여행 중 1994년 12월 케냐를 시작으로 동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러시아로 이어져 1996년 3월 중국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여기서 그녀는 탄자니아, 말라위 에티오피아, 에리트리아, 이집트, 요르단, 이스라엘, 시리아, 터키, 이란, 아프가니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아를 경험했다.
당신은 한비야 특유의 솔직한 재치와 하고 싶은 것에 거침없이 부딪치는 적극성에 박수를 치며 당신의 일상에 자신감을 얻을 것이다.
책머리에 바람이 딸, 또 하나의 길을 찾아 나서다
늑대 우는 모골 벌판, 여인 3대 천막집 황량하므로 더 황홀한 고비사막 내피에 흐르는 유목민의 방랑기 아, 실크로드! 길 없는 길을 따라서 배꽃 하얗게 피고 지는 타클라마칸 사막 리틀티베트, 고원의욕심 없는 삶 리지앙 산수는 백리 동양황 소수 민족의 땅 원난성, 따사로운 별천지 다리, 평화로운 마을의 정겨운 친구들 전설 속의 티베트, 사라져가는 신의 나라 죽어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울어도 넘지 못한 국경, 두만강 3미터 반
세계여행 힌트 뒷이야기
1997년 9월 파키스탄 신장 카슈가르를 통해 중국에 입국하여 1998년 5월까지 9달 동안 돌아본 중국, 티베트, 몽골에서의 이야깁니다요.
거대한 중국에서도 실크로드를 포함해서 윈난성과 간쑤성, 쓰촨성, 옌볜 등 소수 민족들 -위구르족, 티베트족, 회족, 다이족, 나시족, 바이족, 조선족 등등- 이 주로 사는 변방 지역을 골라 다녔고 그곳에서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정을 나누었죠.
한겨울 이백 시간을 넘게 기차, 버스를 갈아타면서 해발 5,300미터나 되는 산길을 넘어 힘들게 들어간 세계의 지붕 티베트에서는 이제는 소수 민족이 되어 버린 장족의 안타까운 현실을 보았죠. 중국과 비슷할 것이라는 막연한 선입관만을 가지고 있었던 몽골은 의외로 러시아에 온 것 같은 거리풍경에 무지함을, 우리와 너무도 똑같은 외모에 찐한 유대감을 느끼게 합니다.
싸구려 여인숙에서는 자다가 쥐에게 물려서, 사막에서는 탈수증으로, 초원에서는 말에서 떨어져서, 목숨을 잃을 뻔했던 아찔한 순간들도 있었어요. 민박하던 집의 며느리가 가출해 일주일간이나 대리 며느리 노릇도 했고, 불신과 증오를 쌓아 가는 조선족과 한국 사람들을 보면서 속태우기도 했죠.
굶주림으로 병든 부모님 때문에 도움을 청하러 두만강을 넘어온 북한의 어린 소년에게 돈도 쥐어 주고, 가라오케 바에서 접대부로 일하는 북한의 특수부대 여군 출신 아가씨와 술도 마시고, 두만강 가에서 분단된 조국 땅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죠.
우리와 이웃한 이들 나라지만 그 거대함을 이루고 있는, 모르고 있던 그들의 삶을 체험하실 수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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