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중심에 계신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세 가지 좋은 선물을 주셨습니다. 첫째 선물은, 밤마다 꿈을 꾸게 하신 겁니다. 둘째 선물은 그것을 기억나게 해주신 겁니다. 셋재 선물은 기억나는 꿈에 대한 해석입니다. 간밤의 꿈을 기억나는 대로 적다보면 그 꿈을 통해 제가 배워야 할 내용이라고 할까, 제가 새겨들어야 할 메시지라고 할까,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겁니다. 그래서 일년 삼백 예순 닷새 거의 날마다 빠짐없이 꿈에 대한 일기를 적게 되었어요. 이 책은, 그렇게 이루어진 일년 동안의 꿈 일기를 약 3분의 1쯤 추려낸 것입니다.
이현주 1944년 충주에서 태어나서 감리교신대학교를 졸업했다. 목사, 동화 작가, 번역가이기도 한 그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글들을 집필하는 한편, 대학과 교회 등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날개 달린 아저씨> <조아조아 할아버지> <살구꽃 이야기> 등의 동화와 <대학 중용 읽기> <길에서 주운 생각들> <이아무개 목사와 금강경 읽기> <이아무개 목사의 로마서 읽기> 등이 있다.
이틀째 승부를 내는 꿈이다. 서대문구와 마포구 사이에 이를테면 경계 분쟁이 생겼다. 아이들이 모여 동네 축구를 할 만한 공토가 있는데 그것이 서대문구에 속한 것이냐 마포구에 속한 것이냐를 두고 오랜 다툼이 있어왔던 것이다. 나는 승동교회라는 예배당에서 문제의 공터까지 오래된 골목길을 걸어보았다. 숭동교회는 역사가 백년도 더 된 교회인데 옛 건물은 무너져서 형체를 알아볼수 없고 그 곁에 새 예배당을 붉은 벽돌로 신축했다. 공터로 올라가는 골목길은 숭동교회 낡은 예배당 입구에서 시작되었다. 금방 말했듯이, 낡은 건물은 보이지 않았고 예배당으로 들어가는 돌계단과 계단 양쪽에 설치된 나무 난간만이 남아 있었다. 나무 난간은 재질이 뽕나무라고 했는데 비바람에 삭아서 백골처럼 하얗게 눈이 부셨다. 거기서 어두컴컴한 골목을 따라 한동안 올라가면 문제의 공토가 있었다. 마침내 서대문구와 마포구가 오랜 분쟁에 마침표를 직게 되었다. 주민 대표들이 무엇인가로 승부를 낸 것이다.(아슬아슬하면서 재미있는 게임도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기억나지 않는다) 어쨌든 나는 그 게임을 시종일관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결국 게임은 끝이 났고 공터는 한쪽의 소유가 되어 '무슨무슨 공터'라는 간판을 달게 되었다. 이긴 쪽이 서대문인지 마포인지는 모르겠다. 이긴 쪽과 진 쪽을 가려내는 게임은 언제고 끝나게 마련이다. 게임이 끝나면 이긴 쪽만 남고 진 쪽은 사라진다. 예컨대, 서대문이 이겼다면 그동안 '서대문 공터'로 불리던 물건은 살아남고 '마포 공터'로 불리던 물건을 사라져 없는 것이다.
